To. 연희아빠

이제 시월이에요.

연희엄마 20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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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이제 시월이에요.
금년엔 추석 연휴가 길어서 직장인들은 좋다고 야단이지만
난 지금 전혀 다른 계획으로 보내야 할 것 같네요.

완희와 헤어지려고 해요.
사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 한 이유 중에
내가 하나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자각에서요.
어린애마냥 돌보아준 게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오는 7일에 먼젓번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이젠 철저히 홀로서기를 해야 하지만
그 집은 당신과 우리 애들, 그리고 하빈이 수빈이와의 추억이 온통 깃든 곳이라
결코 외롭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희아빠!
또 다시 우리말 퀴즈에 도전하려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빈이와 나갔던 지난번엔 너무 아쉽기도 했었고
금년도의 목표가 꼭 달인이 되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승자들만 모여서 다시 겨루는 하반기 특집에 나가려고요.

연희아빠!
하빈네도 완희도 모두 여행을 떠나고 난 오늘 있을 교회 행사 때문에
지금 혼자 집을 지키고 있자니 적적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당신에게 보고할 일도 있고 해서 몇 자 적었습니다.

어제 완희랑 당신에게 다녀왔는데 장식용 조화 색깔이 많이 바래서
조만간 새로 바꿔 놓아야겠어요.

연희아빠!
이제부터 얼마간은 정말 보내기 아깝도록 좋은 나날일 텐데
무얼 어찌 보내는 게 이 계절을 잘 살아내는 걸까요?
금년에는 그야말로 일복이 터져서 옴짝달싹할 시간도 없네요.


연희아빠!
새벽이에요.
그만 쓰렵니다.
잘 있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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