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커피 한 잔

연희엄마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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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네요.
우산을 쓰고 새벽 나들이를 갔다가 천천히 걸어서 집에 들어와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며 당신 앞에 앉았습니다.
난 당신이 타 준 커피가 제일 맛있어! 라고 당신이 말했던 기억이 있어서
아침마다 혼자 마시는 커피일 망정, 내게는 하루 일과 중에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연희아빠!
그 옛날, 하빈어미가 하빈이의 출산을 위해 삼성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병원의 전공의로 있던 조 서방이 건네 주어서 먹었던 커피가 어찌나 맛있던지
나중에 알아보니까 그게 바로 커피 라떼였던 거였어요. 적당히 달콤한...
그래서 지금도 커피집에 가는 일이 있으면 으레 그걸 시켜 먹는데 난 아직도 쓴 커피의 참맛은 몰라요.
집에서는 여전히 내가 타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가 좋고요.

연희아빠!
금년 겨울이 다 가는 지난 토요일엔 연거푸 두 번이나
완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근교의 스키장엘 가서 처음으로 좋은 경험을 해주었답니다.
어린애들이라 그런지 금세 익혀서 재미있어 하며 잘 타더라고요.
난 그냥 구경삼아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어떤 젊은 아빠가 자기의
자녀인 듯한 어린아이에게 스키를 가르치는 걸 보면서 잠깐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완희가 제 조카에게 저리도 잘 하는데, 제 자식에게는 얼마나 잘 할까? 하는......

얼마 전엔 완희네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던 중,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혼을 해서 지지고 볶고 사느니 그냥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는...
그래서 완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벌컥 언성을 높히며 난 결혼 한다는데 왜 그러세요!? 라더군요.
그 말에 속으로 피식 웃었답니다.

연희아빠!
이틀 전엔 당신 꿈을 꾸었네요.
살아 있을 때처럼 그런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가끔 와 주세요.
이만 쓸게요.
잘 있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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