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억새꽃

연희엄마 조회수 : 53 2018.10.05
연희아빠!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이 비가 그치면 기온도 뚝 떨어지겠죠?
목감기가 들어서 외출할 때엔 벌써 얇은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는데
어김없이 당신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따뜻하게 입고 다녀...! 라던...

연희아빠!
지난 개천절 휴일엔 아이들과 함께 민둥산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내가 오르기엔 좀 가파르다고 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 점차 포기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게 왠지 싫어서
완희의 다그침과 응원에 힘입어 무사히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어요.

아직 시기가 조금 이른 감은 있었으나,
푸른 가을하늘 아래의 사방으로 펼쳐진 산등성이에 가득 널린 억새꽃(그렇게 써 있더라고요.).
바람에 물결처럼 휘날리는 정경이 정말 장관이더군요.

다른 코스로 올라온 하빈네와 합류해서 같이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즐거웠네요.
다시 정선으로 달려가 점심으로 한우고기를 먹고, 술을 마신 완희 대신 내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정면으로 비치는 길을 달리다 보니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덕분에 세 시간이나 쉬지 않고 왔는데도 졸리지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연희아빠!

가족끼리 모여 사진을 찍을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당신의 말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일곱 명이구나!
하빈어미랑 내가 동시에 느꼈던, 당신의 그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민둥산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떠올랐습니다.
이젠 당신 없이 항상 여섯 명인데......

연희아빠!
이번 나들이에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모든 책임감을 감당하고 살아가는 게
가족이라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특별히 조 서방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를 더욱 생각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덕분에 병원은, 오래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의 원성(?)을 살 만큼 잘 운영되어 가고 있고
완희는 오늘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네요.

연희아빠!
어쩜 당신은 지금껏 살아있었어도 그 산의 정상까지 함께 갈 수가 없었기에,
아예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우리들을 내려다 보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잘 있어요.
또 올 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