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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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18.11.13
조회수 : 825 총공감수 : 5
연희아빠!

우리 집 위의 공원에 서 있는 나무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잎사귀를 떨구며
앙상해지는 게 새벽마다 눈에 띄어서 애석한 마음이 드네요.

지난주말엔 하빈이 큰고모님 내외와 완희 그리고 내가, 조 서방의 인솔로 부산 해운대에 다녀왔어요.
처음으로 SRT를 타고 갔는데, 모든 게 정말 편하고 좋아서 쾌적한 여행이었습니다.
완희가 준비한 도시락과 맥주를 기차 안에서 아침으로 먹고 2시간 반만에 부산에 도착하였어요.
바로 택시를 타고 이기대 해안 산책로를 향해 가서는 오륙도까지 이어진 멋진 바닷가의 풍경을 감상하며
두어 시간가량 트래킹을 즐겼습니다. 스카이 워크에 올라 발 밑으로 펼쳐진 아찔한 광경도 보고요.

태종대로 향하려던 계획을 돌려 택시 기사님의 권유로 송도로 가서 점심식사로 물회를 먹고는
케이블 카를 타고 다시 한번 바다 위로 나르며 광활한 그곳의 경치를 한눈으로 내려다 보았네요.
아랫동네 한 쪽에 고즈넉이 위치한, 고모님네와 같은 체인점인 이디야 커피집에 들러
야외에 자리잡고 앉아 다리도 쉴 겸, 한참 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누렸습니다.
아무리 비싼 옷을 입어도 거리의 노숙자 같다고 스스로를 평하며 호탕하게 웃는 고모님을 보며
그의 큰 그릇을 보았고, 무슨 옷을 입어도 뉴요커 같은 고모부님을 새삼 발견한 기회였어요.

저녁엔 국제시장으로 가서 길거리에서 파는 씨앗호떡이랑 비빔당면도 먹고
옥수수를 사 들고는 숙소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나는 미리 약속한 대로 찬영이 엄마를 숙소 로비에서 반갑게 만나,
거기서 한 두 시간가량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는 (일행들은 저녁을 먹겠다고 다시 외출을 했지만)
바로 올라와 잠에 빠졌습니다.

늘 그랬듯이 아침에 난 혼자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천천히 구경할 생각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밭으로 나가 계단에 앉아서 준비해 온 커피를 마시며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데
공연히 당신 생각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조 서방도 그 주위를 운동삼아 달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슬쩍 곁으로 다가와 앉았는데 그 순간 어찌나 무안했던지요?!

아침은 조식으로 대신하고는 미리 예약한 콜벤 차량으로 김해에 있는 경마장으로 가서
마권도 사서 놀고 그 부근의 여러 곳을 둘러보며 또 한 번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 보았습니다.
제법 많은 액수를 운좋게도 딴 완희에게 이젠 너도 장가 가겠네!! 라며 웃었어요.
점심은 그곳 구내 식당에서 완희가 샀고요.

그렇게 재미있게 1박 2일을 알차게 보내고 서울로 올라왔네요.
빈틈없이 계획을 짠 조 서방 덕분에 또 다른 좋은 추억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오는 겨울엔 제주도로 낚시여행을 가자는 약속과 함께......

연희아빠!
오늘 아침엔 가만히 당신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그 시점은 바로,
이젠 다 됐다. 내가 더 이상 할 일은 없고, 이만하면 안심하고 떠나도 되겠다.라고
무의식적인 당신 마음이 작용한 때일 거라는......

그리고 또 연희아빠!
어제의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연거푸 두 번째로 달인이 탄생했답니다.
그것도 아주 처음부터 초전박살이란 용어를 써 가며 내달리더니만,
마지막 달인 도전 문제에서도 일사천리로 깔끔하게 정답을 맞히더군요.
인터뷰 때의 재치있는 언변하며, 장기자랑 시간에는 적당히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그 분의 행동이 참 보기 좋았는데, 실력과 더불어 총명한 눈매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
정말 준비된 달인 같이 느껴졌습니다.
난 언제쯤이나 쉼 없이 맘속으로 갈고 있는 이 칼을 다시 한번 써 볼 기회가 올는지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잘 있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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