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나의 엄마 그리고 나의 딸

힘내세요5 공감4 감동4 슬퍼요2
연희엄마 2018.11.30
조회수 : 70 총공감수 : 15
연희아빠!
지난 주일엔 엄마가 우리 교회에 다녀가셨습니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혼자 오신다는 게,
난 늘 부담감으로 다가와 차리리 엄마네 근처 교회에 다니시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나 가장 큰 이유란 당연히 나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거라는 걸 내가 왜 모르겠어요?
점심 식사는 교회에서 하시고 집으로 되돌아가시는 길에 근처에 있는 커피매장으로 가서
따듯한 차를 한 잔 대접하려고 가는 도중에 갑자기 길거리에서 처절하게 우시는 거예요.
난 당황스레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그러한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길거리를 걷다 보니 과거의 갖가지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거겠죠.
특히나 당신 떠나보내고 혼자된 나의 모습이 말할 수 없이 아프셨던 걸 거예요.
그런 말이 있지요. 혼자된 딸을 보느니 차라리 딸의 죽음을 보는 게 낫다고요.
설마 그렇기야 하리라마는 그만큼 애처롭다는 의미겠죠.

연희아빠!
난 지금 살아계신 엄마한테 아무런 착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친정의 환경 탓으로, 분위기 탓으로 돌리고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훗날 지나고 나면 얼마나 내 가슴을 치고 후회할 것인가를 잘 알면서도 말이죠.

나를 시집보내고 나서 얼마나 가슴이 허전했으면 거의 한 주일동안은,
퇴근해서 들어오는 내 발자국 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그냥 집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셨다는...
그리고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하얀 교복을 입었을 때,
거울 앞에서 나의 매무새를 요리조리 살피시면서 흐뭇해 하시던 일.
그건 어쩜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셨던 엄마의 한 때문이었을 거예요.

언젠가는 또,
내가 늙어가는 것보다 네가 늙어간다는 게 난 더욱 속이 상한다라는 고백을
그것도 얼굴을 마주 대했을 때가 아니라, 방에 누워있는 나의 등 뒤에 대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젊기는 고사하고,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내 어머니의 쑥스러운 마음 탓이었을 테지요.
아 아! 어떡하나요? 연희아빠!
조금이라도 후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언젠가는 반드시 우린 헤어져야 하는데 말이예요.

연희아빠!
그저께는 하빈어미가 낮에 나를 차에 태우고 남산엘 갔다왔어요.
평소에 가보고 싶은 식당엘 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면서요.
밥을 먹고 꼭대기까지 가서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으나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거리가 멀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연희아빠!
오늘따라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네요.
난 엄마한테 이런저런 핑계로 아무런 효도도 못하는데
연희한테는 꼬박꼬박 용돈을 이체받지 않나 이모저모로 대접받지를 않나?!...

연희아빠!
내게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가 그나마 힘이 있으실 때,
일본에 있는 온천으로 여행을 가서 하루 이틀이라도 보내고 싶은......
연희의 말로는 하루라도 빨리 하시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심각하고도 복잡한 장애물이 있다는 걸 당신은 알잖아요?

연희아빠!
말 꺼내기가 무섭게 주문해 보내는 연희로부터의 택배가 지금 막 배달되었네요.
오늘은 이만 쓸게요.
잘 있어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