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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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19.03.06
조회수 : 103 총공감수 : 11
연희아빠!
전국은 매일 미세 먼지로 뒤덮여 온통 부옇게 흐렸습니다.
며칠 전엔 조 서방이랑 완희와 같이 멀리 거제도를 지나 소매물도까지 다녀왔는데
그곳 역시 하늘이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더라고요.

지난 구정 연휴 때엔 완희의 몸에 종기가 나서 몹시 아픈 바람에 계획했던 여행도 못한 탓에
이번엔 제법 기대를 하고 조 서방을 따라 나섰습니다.
통영 쪽으로 가면 주차장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거제도 방향으로 가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는
이내 배를 타고 소매물도로 향했습니다.
이번 배에는 갑판 위에 좌석이 있어서 편한 자세로 주위 풍광을 즐기며 갈 수가 있었네요.
조 서방이 얼른 가져온 맥주랑 새우깡도 맛있고도 고맙게 먹으면서...
통영 쪽보다는 훨씬 짧은 시간 안데 도착해서 바로 숙소에다 짐을 풀고는
낚싯대를 갖고 완희랑은 선착장 부근에 자리를 잡고, 조 서방은 갯바위로 갔습니다.
지난 주에 조 서방이 많이 잡았다는 얘기대로 그날도 역시 고기들이 많았어요.
얼마 못가서 나도 첫 고기를 낚고 이어서 총 여섯 마리를 잡았습니다.
조 서방은 작은 고기들은 놓아주었는데도 무척 많이 잡았고
완희도 그럭저럭 여러 마리 잡았네요.
숙소에서 저녁에 튀겨 먹기도 하고, 집으로 갖고 온 걸로는
하도 소중히 잡은 거라서 조금씩 삼등분하여 젓도 담그고, 소금에 절여 놓기도 하고
살을 발라 전도 부쳐 먹었습니다.
예전에 욕지도에 갔을 때는 숙소가 너무 추워서 고생한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주 따뜻한 방에서 편히 보냈어요.
그 다음날도 낚시 좀 하다가 오후 4시 15분에 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오고 갈 때, 모두 혼자서 운전을 하고, 그 여러 시간을 꿋꿋이 갯바위에서
낚시 하는 모습을 보고 완희랑 나는 조 서방의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네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요.

연희아빠!
어젯밤에 완희네 갔다가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연히 옛날 일이 떠올라서 잠시 눈시울을 붉혔어요.
우리가 두 애들을 키울 때, 하루는 하빈이가 새벽에 몹시 열이 나서
내가 허둥지둥대며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떠다가 타올에 적셔서
하빈이의 온몸을 닦아 주고 있을 때에 하빈이가 넌지시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아! 시원하다! 라고요.
그때는 겨울이었고, 추울까 봐 안쓰러워하며 당황하는 할머니를 위해
어쩜 그렇게 배려하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유치원생이었을 텐데...
갑자기 그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하빈이는 그런 아이예요.

연희아빠!
어젯밤엔 막 잠이 들려는 깊은 밤인데 아주 오랜만에 송이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주복이가 폐 쪽으로 암이 전이가 되어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네요.
그 말을 들으면서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한참 애를 먹었어요.
며칠 전에 두 내외의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 액자에 넣어 보내 주었는데 연락도 없고...
송이 엄마를 초청하며 비행기 요금도 부쳐 주어서 4월에 송이랑 가기로 했다는데
한 보름 간은 통 대화가 끊기더니 어제는 갑자기 연락도 하지 말라고 문자가 왔다며
의아해 하네요.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냥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설쳤어요.
상원이는 미국에 다녀왔는데 아마 여행사를 통해 갔었는지
주복이에게는 들르지 않았다고 해요.
나 역시 꼭 미국에 가 보고 싶은 이유는, 당신과 함께 디뎠던 그랜드캐년의 정상에서
다시 한번 그 장엄한 광경을 내려다 보고 라스베가스에서 슬럿머신도 해보고 싶은 건데...
완희가 내 팔순 때에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 그 날이나 기다려 보아야 할는지요?

연희아빠!
요즈음 나는 아주 옛날 영화인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의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곡을
우연히 들은 후에 아주 귀에 달고 삽니다.
우리 시대에 즐겨 보던 서부영화라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데다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찰스브론슨의 이미지가 꼭 당신을 닮은 것 같아서요.(ㅎ ㅎ)

연희아빠!
당신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건, 나로서는 영원한 상처입니다.
당신을 만나는 그날까지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두서없이 썼어요.
잘 있어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