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동병상련

힘내세요3 공감3 감동3 슬퍼요1
연희엄마 2019.04.17
조회수 : 766 총공감수 : 10
연희아빠!
이젠 계절이 봄의 한가운데로 들어와서 봄꽃들도 만개를 지나,
초록잎들이 무성히 돋아나는 그런 날들이네요.
금년도의 꽃구경은 얼마 전에 친구랑 같이 석천호수에 가서 싫컷 하였어요.
그 친구는 1년 반쯤 전에 당신과 똑같은 상황으로 남편을 떠나보냈고
나이도 나와 동갑이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된 그런 사람이에요.
그저 내 속마음으로는, 그 친구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좋은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모든 것을 남편만 의지하고 살아왔던 그에게 갑자기 떠난 남편의 빈자리는
아직도 멘붕 상태라는 그의 말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이해와 관용뿐이라는 걸요.
하자고 하는 일에는 무조건 동조하고, 싫다고 하는 일에는 조금도 관여시키지 말기로요.
당신이 떠난 지는 6년여의 세월이 흘렀으니 상실감의 아픔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경험한 입장이니까요. 그런 걸 동병상련이라고 하죠?
친구의 말마따나 그렇게 갑자기 자는듯이 떠난 죽음 앞에서,
가는 사람은 더없이 좋은 생의 마지막이었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못할 짓이라던 친구의 말에
절실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내 꿈속에서 그들 내외가 두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걸 보았답니다.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찌나 흐뭇했던지 얼른 그 친구에게 얘기를 전해 주었더니
그도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벚꽃 구경을 마친 후에 그 친구 집의 엄나무에 연하게 돋은 순을 얻어와서
조 서방이랑 완희에게도 맛을 보여 주었네요.

연희아빠!
당신에게 줄 조화를 사 들고 가서 꽃을 갈아 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이곳을 온 후에야 아주 영원히 당신 곁으로 오게 될까? 하는...

어제 아침엔, 무심코 커피를 타려고 씽크대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내 눈에 띈
스텐레스 찬합이며 밥통을 보고는 새삼스레 갑자기 밀려오는 허전함에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한때는 수없이 사용했던 그 그릇들이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이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있지만
어쩜 난 그 그릇들과 함께 기억되는 추억들 때문에 영원히 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연희아빠!
떠난 사람은 잊으라는 말이 있지만 난 그 얘기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 생각이 나를 아프게 하고 때로든 나를 주저앉게 한다 해도
내가 살아가는 전 과정이 당신 만나러 가는 여정이니까요.
난 당신과 이별 인사를 한 적이 없으니까요.
잘 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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