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칼국수

힘내세요2 공감2 감동4 슬퍼요1
연희엄마 2019.07.03
조회수 : 963 총공감수 : 9
연희아빠!

제법 오랜만이죠?
그동안 바쁜 일이 있었고 앞으로 5개월 가량은 계속 바쁠 것 같아요.
어제,
완희한테서 문자가 왔는데요.
낮에 칼국수를 먹는데 아부지 생각이... 옛날에는 안 땡겼는데 요새는 간혹~~~
지난주 김치 담근 것 매콤하니 조만간 칼국수 한번 먹어요. 라고......
난 압니다.
그 애가 왜 칼국수를 먹으면서 당신 생각이 났었는지를...
거의 이십 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를 해 왔으니 이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어쩜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이 근간에 불쑥불쑥 퇴직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한동안 나 역시 근심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제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
인생의 정답이라 여기고 수긍하기로 맘먹었더니 맘이 편하네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난 믿습니다.
먹고 산다는 일에 대한 엄숙함과 힘듦이 새삼스레 가슴을 짓눌러서
칼국수를 좋아했던, 아버지라는 가장의 자리에 있었던 그 옛날의 당신이 기억났던가 봅니다.


연희아빠!
나,
오 개월 동안을 일하기로 작정하고 요즈음 출퇴근하고 있답니다.
그것도 십 대 일이라는 경쟁을 뚫고 차지한 것이어서인지 제법 할 만하네요.
11월 중순이면 끝나는데 그 일이 끝나면 바로,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를 들르는 패키지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 바로 지금인데 자꾸 벼르기만 하다가는 아예 포기해야 할 때가 올 것 같아서요.
딱히 동행자도 없고 여러 날이 소요되는 먼 거리의 여행인지라 자신이 없어서 지금껏 망설였지만,
막상 떠나고 보면 그 여행객들 중에서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거란 말에 힘을 얻어 결심을 했답니다.
그 여행 경비는 이번에 내가 번 돈으로 충당을 함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여기고 싶으니
절대로 신경쓰지 말라고 완희에게 얘기해 두었습니다.
아니, 친구를 못 사귀더라도,
그랜드캐년의 정상에서 당신이 날 오기만을 바라고 기다릴 거라는 그 상상 하나만으로
용기있게 그곳엘 갈 겁니다.
당신이 살아생전 수없이 감탄스레 얘기했던 곳이니까요.

연희아빠!
이제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는데 아직 그렇게 덥진 않네요.
시간내서 들를게요.
오늘은 이만 안녕~~~~~~



※ 본 글의 댓글 기능은 글의 작성자가 ‘허용하지 않음’으로 선택하여 지원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