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가희언니
언니한테 주는 세번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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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2024.12.31
조회수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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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시간이 왜이렇게 빨리 가지?
언니, 내가 최근에 깨달은 바가 있어. 바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이 생이 정말 값진 생이라는 사실이야. 나는 사실 그것을 감사히 여기지 못했어. 그런데.. 긴 우울과 허망감, 무력감에 빠져있었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죄스러운 모습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어. 말로는 언니한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했으면서 오히려 언니를 잃고 난 후 그것을 핑계삼아 세상을 분노와 원망으로 대하며 내 인생인데 무책임하게 살았어. 살기 싫은 사람처럼...그러니까 하라고 하는거, 다 하긴 했는데 영혼없이 했고 둥둥 떠다녔지. 그래서 올해 커리어적으로 많은 방황을 하게 되었어. 다 나의 책임이야... 그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슬플까. 멋진 직장 좋은 커리어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왜 이렇게 한없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슬플까. 세상 앞에서 나는 정말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세상을 분노와 원망으로 살면 안되는 이유는, 그렇게 산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데? 라고 진지하게 내 자신에게 물으니 뭐라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문득 그렇게 살다 가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언니라는 소중한 인연을 겪어본 나는 그렇게 인생을 무책임하게 살아선 안되는거야.. 세상엔 끈질기게 선을 행하고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잖아. 언니가 나에게 그랬듯, 나도 살아있는 동안에 누구 한명에게라도 위로를 줘야지, 희망까진 아니더라도 소망은 줘야지, 소망은 못주더라도 힘은 되어줘야지. 적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언니같은 존재가 될 수 있잖아.
언니, 올해는 가장 힘들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은 한 해였어. 다시 신앙으로 돌아왔고,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되어나가는 것 같아. 그런데 언니 내가 최근에 깨달은 바가 하나 더 있다. 사회를 보면 어르신 분들 중엔, 얼굴에 그늘이 있고 어딘지 우울하고 슬퍼보이는 얼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얼굴들이 있어. 그렇지 않은 얼굴들은 밝고 빛이 나. 나는 후자의 얼굴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어.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도 다 밝은 친구들이더라구. 이성과 쓸데없는 냉정함으로 똘똘뭉쳐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을 사랑과 열정으로 한순간에 누그러뜨리고 순식간에 당황케 하는 친구들말야.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놀라고 감탄하고 많이 배우는데, 나도 언젠간 그런 사람이 되어있을 수 있겠지. 노력하면...
언니, 언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어. 알지? 그래서 내가 언니 곁을 안떠났었잖아. 집에도 안갔었잖아 ㅋㅋ언니가 피곤해서 가라고 할 때도 절대 안가고 계속 놀았잖아. 언니 방에서 괜히 언니 이 노래 들어봤어? 언니 그거 알아? 하면서... 엄마랑 언니들이 싸우면 바로 언니 집으로 달려갔잖아. 너무 소중했다 진짜 나한테...그 시절 언니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였고, 하나님이 내려주신 존재였다고 난 굳게 믿어. 언니, 우리 수련회 갔을 때, 그때가 최근에 기억이 났어. 그 기억을 잊고 싶은데, 생각이 나버렸어. 가끔 이렇게 힘들때가 있어. 종이에 베인 것처럼 일상생활 하다가 문득문득 그렇게 아파 심장도 그렇고 그냥 다. 그럴때면 묻고 싶어. 하나님,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요. 나는 언니를 만났어서 행복하지만, 그만큼 언니를 잃어서 그만큼 상상할수도 없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고통을 너무도 이른 나이에 겪었는데...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의 고통만 주신다는데,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인걸 모르시는걸까..언니 나는 힘든 이유로 언니를 대고 싶지 않아서, 그건 정말 언니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너무 좋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해서 꾹꾹 눌러담으며 살아서, 우리 가족들이랑, 친구 딱 한 명만 알아. 내가 그렇게 했어, 나는 입을 꾹 닫고 하나님이랑, 우리 가족이랑, 그 친구 딱 한 명한테만 말하고 그 뒤로부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야지. 라고 결심했어. 그래서 엄청 큰 교회 목사님한테 기도를 받을 기회가 생겼었는데, 그때 종이에 적어서 내야했었다? 그때 난 정말 하나밖에 생각 안났어. 기도제목에, 하나님만 아시는,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그 일에 대한 고통을 덜어주소서.라고 적었고, 행여나 목사님이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실까봐, 왜 솔직해지지 못하냐고 질책할까봐, 그래서 그때 조마조마하면서 기도받으러 앞으로 나갔었지.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목사님이 더 이상 묻지 않으시고 정말 내가 적은 그대로 열과 성을 다해 기도해주셨었어. 그때 얼마나 눈물이 흐르던지...지금도 울면서 언니한테 편지를 쓰고 있는데, 언니 언니의 일에 대한 내 죄책감과 고통스러운 마음은 언제 하나님이 무디게 해주실까. 언니, 하나님 앞에서 나는 항상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는 존재야. 하나님, 왜 이런 아픔을 주셨나요. 하나님 정말 왜 우리 언니 그런 비극을 겪게 하셨을까..하나님 뜻을 인간인 내가 다 알 수 없겠지. 일단 언니는 천국에 가 있으니까 난 그걸로 만족해.
언니, 내가 절실함으로 직장과 내 미래, 인생 전반에 대한 기도를 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저 위에서 하나님과 언니가 나를 향해 고개 끄덕여주고 있지? 꼭그렇다고 해줘. 올해 겨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나에게 차갑다고 느꼈어. 그런데 언니 내가 걱정되는 것은, 내 얼굴이 우울한 어른의 얼굴이 되는 것은 아닐까..난 언니처럼 늘 밝은 얼굴로 살고 싶은데, 내가 우울한 상태로 내 자신을 만들어버리고 산 지 너무 오래돼서 내가 좀 울상이더라고. 밝지도 않고. 사랑받을 줄도 모르고 사랑주는 법도 모르고. 언니 때문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를 그렇게 못되게 못나게 만든것같아.. 내가 밝은 얼굴로 늙어갈 수 있게, 그리고 진짜 인생을 감사해하면서 밝고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게 언니도 기도해줘. 알았지? 생각해보니 나는 맨날 언니한테 지켜봐달라고 하고 그러고, 기도해달라 그러네. 웅니는 천국에 있으니 내 기도가 필요없겠지..? 그리고 언니는 내 마음 한 켠에 늘 남아있으니까.
언니 또 힘없는 얘기만 하다 가서 미안해. 그런데 이해해줄거지. 다른 곳엔 얘기할 곳이 없어.
그리고 언니를 만났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언니를 알게 하심에, 또 언니를 통해 어린 나이에 신앙 유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또 올게 언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