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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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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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함 선생님이 바리바리 싸 주신 냉동 음식이며 그릇들을 배낭에 짊어지고 손에도 들고는
그것도 대중교통 편을 이용해서 우리 집에 들러 짐들을 정리하고 이렇게 당신 앞에 앉았습니다.
함 선생님네 큰일이 일어났었어요.
두 주일 전쯤의 새벽 시간에 문자를 통해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그 전날밤에 벽난로에 불을 때다가 화재가 나서 거실이며 2층이 모두 불에 타 버리고 말았네요.
다행히 선생님은 아무 탈없이 무사했지만, 다음 날 현장엘 달려가 보니 정말 무섭고도 기가 막히더라고요.
선생님은 지금 그 부근 호텔에 숙소를 정해 놓고 집수리하는 곳을 오가며 지내고 계시는데
오늘이 마침 정월 대보름이고 해서 찰밥과 나물 두어 가지를 해 들고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워낙 정신이며 육체가 강인하신 분이라 잘 견디며 수습해 나가시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번에 헤어질 때, 진달래 피는 봄에 다시 놀러오마고 약속했었는데,
정말 사람의 일이란 내일을 알 수 없는 거란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수리가 끝나면 집을 팔아서 내 곁으로 이사 오고 싶다는 말씀이 고맙더군요.
난 오히려 내가 선생님의 집터 위에 있는 땅을 구입해서 그 곁으로 가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의 일은 되어지는 대로 순리에 의해 흘러갈 테죠.

연희아빠!
완희는 이론시험엔 합격을 했고 이젠 실기시험이 남았는데,
실력이 아주 좋은 여자원생들도 불합격을 하는 바람에 은근히 걱정이 되어선지
남자 이발사 자격증으로 돌릴까도 생각하나 봅니다.
이왕 직업도 그만두고 선택한 길인데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고비를 잘 넘기는 게 옳다고
나도 조 서방도 권면하고 있답니다.
시간이 남는다며 완희가 어제는 대리운전을 하겠다고 나갔다 와서는
돈 10만원을 건네주는데 난, 도저히 그 돈을 쓸 수가 없어서
그냥 별도의 봉투에 넣어 두었네요.

조 서방네 병원도 요즈음 한바탕의 우여곡절을 겪고 물갈이를 하는 중인데,
하빈어미랑 힘을 합하여 지혜롭게 잘 넘기고 있는 걸 보니 그 또한 다행입니다.
고난은 포장된 축복이라잖아요?

연희아빠!
난 요즈음 하빈이네 집 부근 빌딩에 있는 외국인 회사에 허드렛일을 하러 다닙니다.
커피머신 네 대의 세척과 컵 닦는 일, 그리고 여러 개의 화분에 물 주는 일 등인데요.
한두 시간이면 끝낼 일이라 선뜻 하기로 나섰는데, 하도 일하는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서 고심을 했기 때문인지
어찌나 배려의 말을 해주는지 오히려 송구스러운 마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연희아빠!
요즈음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란 걸로 온통 떠들썩해요.
중국에서 비롯된 질병이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바람에 걱정들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어서 빨리 이 광풍이 지나야 할 텐데요.

지난 달에 있었던 우리말 겨루기 예심은 시험 직전에 스스로 포기하고 그냥 집에 왔습니다.
제작팀이 두 군데인데, 내가 번번이 만난 팀은 우연히도 늘 똑같은 팀이었고
이번에도 그 분들이 하는 차례이길 바랐지만 그렇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네요.
이 달은 16일에 있을 예정인데 앞으로 일주일이 남았군요.
그저 한결같은 맘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연희아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서 얘기도 길어졌어요.
다음에 소식 전하러 올게요.
잘 계세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