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人· 禮 · 通]상실 치유컬럼 #4_배우자 사별 슬픔에 영향을 주는 요인
2019.06.19 조회수 8325

안녕하세요. 분당메모리얼파크입니다.
저희 홈페이지 '상실 치유컬럼'에 네 번째 글이 발행되어 소개 드립니다. 

 

 

 

 

작년 봄, 한 교회에서 배우자를 사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별 애도 집단상담을 했던 경험이 있다. 배우자를 잃은 지 평균 1년 정도 된 일곱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8주간의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2시간 반을 함께 보내며 참여자들은 각자가 경험한 사별과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 첫날은 자신을 소개하고, 비밀 보장 등 그룹 규칙 정했으며, 자신의 상실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사별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야 좀 마음이 안정됐는데 다시금 그때의 감정을 꺼내 놓는다는 것에 대해 힘든 마음을 토로했다. 왜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던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사별 애도 과정을 설명하고, 사별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가 됨을 강조하였다. 회기가 지날 때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우려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별 후 시간이 지났다고 이후에 겪는 슬픔과 고통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감춰지고 억눌려져 표현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상실을 마주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었고, 건강한 애도의 방법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모든 참여자들은 치유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간직한 채 마지막 회기를 보낼 수 있었다.

 

어떤 시기이든 배우자를 상실하는 경험은 큰 충격이다. 평생 함께할 것 같았던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적응에 있어서도 남아있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윌리엄 워든(Worden) 박사의 애도의 과업 이론 중 세 번째 과업은 상실에 적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적 적응과 내적 적응이 있다. 외적인 것은 그동안 남녀가 다르게 해왔던 역할에 대한 적응이며, 내적인 것은 배우자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적응이다. 특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편의 정체성에 의존해 왔던 여성은 홀로된 이후 내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녀 양육과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배우자 사별 슬픔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첫째는 배우자와의 관계성이다.
배우자에 대한 애착의 정도는 슬픔의 기간과 강도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능력과 정서적인 분리가 가능했던 경우라면, 상실 초기 슬픔의 강도는 매우 높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서로 친밀하지 못했고, 내면에 증오감이 있었던 관계라면, 배우자의 죽음은 안도감이나 해방감으로 다가올 수 있고, 배우자 죽음 이후에 새롭게 자신의 삶을 추구해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죄책감 같은 양가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반면에, 배우자와 친밀감이 깊고 상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경우라면 홀로 살아가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둘째, 죽음을 둘러싼 상황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죽음은 초기에 현실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죽음에 대해 전혀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충격이 크고, 비탄과 애도의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배우자의 투병으로 죽음이 예견이 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랜 돌봄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배우자의 죽음 후 애도의 과정을 겪을만한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는 애도의 과정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장기간 병수발을 한 경우, 오랜 돌봄의 짐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미안함이나 죄책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은 복잡한 애도의 과정을 겪게 할 수도 있다. 이 

 

셋째, 지지체계이다. 
애도의 과정에는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안정된 지지를 해 준다면 애도의 작업을 잘 겪어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특별히, 중년 후기 혹은 노년기에는 배우자와 단둘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자를 잃는다는 것은 앞으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주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사실, 자녀들이 있다 해도 자신들의 생활이 바쁘기 때문에 홀로된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자녀들에 대한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나 교회 등과 같은 종교 커뮤니티는 큰 지지기반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노년기 배우자 사별 돌봄을 위한 별도의 지속적 모임도 필요하다.

 

넷째, 이전 상실의 경험들이다. 
가까운 과거에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건강 등 신체적 상실, 경제적 상실 등을 경험했다면 애도의 과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더구나 이전에 겪었던 상실에 대해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고 지났다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실에 대한 애도의 반응은 더 격렬해질 수 있다. 그러기에 애도 상담에서는 이전 상실 경험을 탐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경제적인 기반을 상실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할 수도 있고, 친숙하게 살아왔던 집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또한 한 해에 가까운 사람 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잃고서 이러한 다중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면 더 힘든 애도의 과정을 보내게 된다.

 

그밖에 개인의 성격특성, 남녀 차이, 문화 차이도 배우자 사별 이후 애도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중요한 것은 사별 이후 겪는 모든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또한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부적응 행동들 역시 비탄과 애도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애도의 과정을 겪지 않는다. 그러기에, 자신만의 좋은 애도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적절히 홀로 있는 시간을 보내고,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상실 이전에 했던 활동들을 다시 하는 것도 좋다. 또한 소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상징적 의례 혹은 추모를 위한 활동도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죽음과 내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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