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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人· 禮 · 通]상실 치유컬럼 #11_아이들의 상실과 슬픔 다루기 |
2020.06.22
조회수 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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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분당메모리얼파크입니다. 저희 홈페이지 '상실 치유컬럼'에 열 한번째 글이 발행되어 소개드립니다.
탄생과 죽음은 모든 사람이 겪는 공통적인 일입니다만 특히 죽음은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큰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다 줍니다. 특히 어른에 비해 사별의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은 그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생애 첫 사별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요? 애도 상담 전문가 윤득형 박사는 "죽음에 대해 회피하거나 감추려는 어른들의 태도는 아이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바른 사고를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번 상실 치유컬럼에서는 아이들의 상실과 슬픔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컬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도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게 될 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불안함, 죄책감, 버려지는 느낌, 분노와 같은 감정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보통 어린이들은 조부모의 죽음을 가장 많이 보게 되겠지만,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나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만일 초등학령기에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들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까지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고 하는 인지적 이해가 덜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이나 게임 등을 통해 죽음을 접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게다가 어른들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고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회피한다. 실제 죽음이 일어났을 때도 진실을 감추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회피하거나 감추려는 어른들의 태도는 아이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바른 사고를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삐아제의 인지발달에 비추어 보면, 영아기(1-2세)는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 유아기(3-7세)는 아직 개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3-5세 정도의 아이들은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 것(reversible)으로 생각한다. 즉, 죽음이 마지막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죽은 사람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치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잠을 자는 것, 움직이지 못하는 것,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동상담가인 린다 골드만은 그녀의 저서 『우리는 왜 죽어야 하나요?』(윤득형 역)에서 아이들을 위한 슬픔치유를 상담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녀는 교통사고, 자살, 테러, 질병, 살인 등으로 부모와 형제를 잃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슬픔, 분노, 두려움, 죄책감 등)을 잘 달래주고 있을 뿐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변해 줌으로서 아이들이 정직한 방식으로 죽음을 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할머니를 잃은 다섯 살 사라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보자. 할머니는 살아 계시는 동안 손녀에게 너무나도 잘 해주었었고, 아이도 할머니를 좋아하고 잘 따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잠긴 아이에게 엄마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계시단다. 할머니는 참 좋은 분이셨고, 하나님께서 할머니를 너무 사랑하셔서 하나님 곁으로 부르신거란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위로의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이후로 두려움이 생겼다. 하나님이 할머니를 사랑하셔서 일찍 데려가셨다면,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신 또한 하나님이 데려가실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 아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것이다. 골드만은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죽음은 착한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간에, 모든 사람이 겪게 되는 삶의 일부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질문들은 그들의 내면세계의 실재를 보여주고, 비탄과 애도의 과정에 깊은 통찰력을 만들어준다. 그들은 종종 두려움들과 염려들을 나타낸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직접적으로 대화에 뛰어드는 것보다, 질문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보다 쉬운 방법이다. 내면의 귀를 열고 아이들의 질문 뒤에 감추어진 감정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이 직접 말하지 않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들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도구이다.
골드만의 책에 보면, 여섯 살 새미는 엄마에게 물었다. "왜 아빠가 돌아가셔야만 하는 거지요?" 엄마는 대답했다. "왜 너는 그런 생각을 하니?" 직접적인 대답을 하는 대신에, 새미의 엄마는 아들의 생각과 감정을 듣기 위하여 어떠한 비난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제 생각에 아빠는 제가 나쁜 아이였고 하나님이 제게 화가 나서 아빠가 돌아가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는 새미에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아빠는 질병에 의해서 돌아가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며 아이와 열린 대화를 하였다.
초등학령기(8-12세) 아이들은 죽음을 비가역적, 영구적, 보편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죽음에 대한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보다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며, 죽음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한다든가, 침대 밑에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후기 초등학령기 아이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가령, 죽음은 심장박동이나 뇌의 기능이 멈춰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죽음은 최종적이며, 다시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초등학령기 부모와 선생님들은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상실로 인해 드러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행동들을 이해하고 잘 다뤄주어야 한다. 학교에 출석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든지, 학업에 집중을 못한다든지, 숙제를 다 하지 못한다든지, 기억력이 저하되는 등의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또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든가, 밤에 자주 깬다든가, 악몽을 꾸거나 일찍 일어나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들의 비탄과 애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반응이므로 부모와 선생님들은 이러한 반응들을 이해하고 잘 돌봐주어야 한다.
특별히, 발달과정 중에서 상실의 고통과 슬픔이 치명적 외상으로 남는다면 심리적인 연결과 자아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의 상실과 그로인해 생기는 감정과 갈등을 잘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 바른 죽음인식과 삶에 대한 이해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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