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단색화의 거장 故 박서보 화백 안장식
2023.10.17 조회수 4336

 

 

 

 

‘단색화의 거장’으로 추상미술계에 큰 획을 그은 박서보 화백이 향년 92세의 나이로 2023년 10월 14일 별세하셨습니다.

근 1세기에 걸친 고인의 삶과 예술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주류에 맞서는 혁명가’,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로 불리며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사뭇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난 9월 가족들과 바다를 바라보며 SNS에 남기신 마지막 글입니다. 

 

금일 아침 고인의 안장식이 진행될 묘역에도 바람의 결이 사뭇 다릅니다. 

자연의 색을 화폭에 담아 내던 고인이기에

마지막 떠나는 길 아름다운 색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인의 조각상에 시선이 머뭅니다.  

 

 

 

 

 

 

 

 

 

박서보 두상 - 조각가 박석원 作

 

 

묘역 한 쪽에는 고인의 비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
Those who don’t change will perish, but so will those who do.

 

생전 비문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변화는 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 
나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는 사고의 확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잘못 변화해도 추락한다.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변화는 오히려 작가의 생명을 단축한다. 그걸 경계하라는 뜻이다.”라고 하셨습니다. 

 

 

 

 

故 박서보 화백 묘비문

 

 

 

 

故 박서보 화백의 안장식은 2023년 10월 17일 오전 11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지까지 함께 하시어 유족의 슬픔을 나누고 고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유족 추도사]

 

고인은 예술가로서 문화 운동가로서 작가로서 또 교육자로서 지아비로서 아버지로서 한치의 모자람도 없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하셨던 뜻을 저희 삼남매 잘 기리고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옛말을 빌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큰 나무는 누워봐야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고,
큰 나무는 누워봐야 그 그늘이 얼마나 넓었는지 얼마나 아득했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故 박서보 묘역

 

 

 

 

 

 

 

 

 

 

 

 

 

 

 

 

 

 

 

 

 

 

 

 

 

 

 

 

 

 

 

 

 

 

 

 

 

 

 

 

 

 

 

 

 

 

 

 

 

 

 

 

 

 

 

 

 

 

 

 

 

 

 

 

 

 

 

 

 

 

 

 

 

 

 

 

 

 

 

 

 

 

 

 

 

 

 

 

 

 

 

 

 

 

 

 

 

 

 

 

 

 

 

 

 

 

 

 

 

 

 

 

 

 

 

 

 

 

 

 

 

 

 

 

 

 

 

 

 

 

 

 

 

 

 

 

 

 

 

 

 

 

유족과 추모객의 작별인사가 끝나고 안장식이 마무리될 즈음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고인의 조각상과 영정사진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한동안 머물다 갔습니다. 

그 모습이 신기해 참석하신 분들 모두가 까치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故 박서보 화백은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영예를 안고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영면에 드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이 편안히 쉬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故 박서보 묘역

 

 

 

 

출처 : 기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