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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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20.09.13
조회수 : 829 총공감수 : 7
연희아빠!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긴장감과 두려움은 계속되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에서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또 다른 계절이 와 있음을 피부로 알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몹시도 길고 지루했던 장마며 태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쩜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흔적이 남지 않았을까를 염려하며
하빈어미랑 미리 추석 인사 겸해서 다녀왔는데
다행히 꽃들도 흐트러지지 않고 잘 버텨냈더군요.

연희아빠!
주복이 소식 전할게요.
의식이 불명한 채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연명하는데 며칠 더 살지 못 할거라는......
수화기 너머로 김 서방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한편 맘으로는 그 상황을 정 반대로 해석해 버렸습니다.
좀 더 힘있게 살기 위하여 잠시 깊은 잠에 빠져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에요.
엄마 앞에서 사위인 당신의 죽음도 비통한 일인데
막내딸의 죽음을 보시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잖아요?

그렇게 다시 의식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애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이 막연했지만
나를 더욱 슬프게 한 건 송이엄마의 음성이었어요.
힘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떨리기까지 하던 목소리가 어찌나 귀에 쟁쟁하던지
전화를 끊고 나서 부리나케 문자를 보냈습니다.
- 우리 주복이 깨어나면 같이 미국 가자!- 라고요.
각자 살기에 바빠서 세 자매가 제대로 기억될 추억거리 하나 없는 회한이
소위 언니라고 하는 내 가슴을 온통 짓누르네요.
연희아빠!
완희의 일은 이제 시작이니 처음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여 실망할 건 아니고
마땅히 거쳐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려니 여깁니다.

방금 낚시를 갔던 조 서방이 우리를 집으로 불러서
저녁을 잔뜩 얻어 먹고 왔습니다.
하빈이는 공부에 시달려서인지 별로 느끼지 못 하겠는데
수빈이는 정말 무섭게 자라고 있는 게 여실히 보이더군요.

연희아빠!
그만 쓸게요.
잘 있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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