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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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21.09.07
조회수 : 439 총공감수 : 11
연희아빠!

방금 당신에게 다녀왔습니다.
비가 아침부터 내렸고
하루 종일 내릴 거란 예보를 들었지만
일부러 이런 날에 가고 싶어서요.
하나 씨, 사돈 내외분, 자옥 님, 그리고 당신.
빗물에 젖은 사진이며 비석,
그리고 이름 석 자 써 있는 차가운 명패를
손바닥으로 가만히 닦아 보는 걸로
망자들과의 만남을 대신했네요.

빗속에 더욱 푸르고 싱싱한 산야를 둘러보니
어찌나 경치와 분위기가 좋던지,
이런 걸 왜 살아 있는 채로 함께 볼 수 없나 싶은 안타까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연희아빠!
우연히 시장에서 누룩을 발견하고는
불현듯 그걸 사 들고 와선 바로 막걸리를 담갔습니다.
당신 떠나기 얼마 전에,
내가 만든 막걸리를 당신 손에 들려 보내 맛보게 했던 그 친구분이
그때의 일을 내게 말해 주며 당신을 추억하더군요.
마침 기막히게(?) 잘 빚어진 기회에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전부 나누어 주었습니다.
특히 당신 연배의 사람들에게......

연희아빠!
그곳 관리사무실 앞 물두멍의 수련꽃이
하도 예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기에
연희랑 완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네요.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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