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8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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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24.08.31
조회수 :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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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아빠 !
8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 여름에 난 ,
온통 정신 없이 엄마에게 뛰어다니느라
그리도 덥다하던 올해의 날씨를
그저 간간이 스치 듯 느꼈을 뿐,
결국 엄마 덕으로 수월히 지냈습니다.
유언 같았던 엄마의 말씀대로
조상들이 묻힌 곳으로는 절대 가기 싫다셨기에
당신이 잠든 곳으로 함께 모시고픈 맘에
그곳을 알마보았더니 아예 분양 물량이 없다고 하여
다른 곳을 알아보았으나 영 맘에 들지가 않고 . . .
그냥 4년 후에 지어서 정보를 연락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곳에 등록을 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귓속에 대고
- 엄마 !
엄마는 이제 묻힐 곳도 없어서 어떻게든
4년은 더 사셔야 해요. - 라고 말씀드리는데
무슨 이유인지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데요 !? (ㅎ ㅎ)
송이엄마도 지난번에 당신에게 들른 후로 그곳에 반해서
저도 나중에 거기에 묻히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엄마가 어제는 당신 자신의 맨발을 쳐다보면서
- 내 신발은 어디에 있니 ? - 라고 하셔서
나를 놀라고도 기쁘게 해주셨습니다.
많은 자식들 중에 유독 내게만 당신의 음성을
들려 주시는 기이한 상황에
끝까지 장녀로서의 자격을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요.
연희아빠 !
내일이면 9월,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이 가을을
머릿속으로는 당신을 그리워하며
발로는 더욱 열심히 엄마를 찾아가서
이 아름다운 날들의 풍광을 전해드려야겠어요.
어젯밤에는 야탑역 광장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커다랗게 울리는 거예요.
둘러보니 어떤 남자 분이 길거리 음악을 하시는데
내가 좋아하는 박강성 씨의 - 내일을 기다려 ~ - 를 부르시기에
그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끝까지 듣고 왔네요.
예기치 않은 시간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난생처음으로 쑥스럽게 앞에 놓인 통 안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왔답니다.
연희아빠 !
또 올게요.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