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희아빠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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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엄마 2020.06.27
조회수 : 1001 총공감수 : 7
연희아빠!
며칠 전부터 벼르던, 당신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가기로 한 계획을 오늘에서야 실행했습니다.
혼자 가도 되는데 완희가 따라 나서는 바람에 각자의 이어폰을 끼고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다가
간혹 몇 마디의 말을 섞어 가며 약 한 시간 반쯤 걸려서 당신에게 도착했습니다.
관리사무소 앞의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커피를 미시는데 바로 곁에 커피 판매점이 생겼더군요.

연희아빠!
당신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고 당신 앞에서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지난번 실기시험에 또낙방을 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 모두 한바탕
마음고생의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했습니다.
나 역시 제법 많은 눈물바람을 했는데, 요즈음엔 썬캡도 쓰고 마스크도 하는 덕에
남을 의식하지 않고도 맘놓고 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녹록지 않은 삶의 엄연한 사실 앞에서 새삼 당신에 대한 미안함과 설움이 자꾸 겹치더군요.
그래서 당신에게 가는 발길을 일부러 힘겨운 방법으로 정했는지도 모르죠.
연희아빠!
내겐 요즈음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무엇엔가에 이끌리다시피 진행되어 가고 있답니다.
결론이 어찌 끝날지는 모르지만 싫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그런 상황이에요.
연희랑 완희가 그냥 해 보라는 말을 하니 전혀 엉뚱한 건 아닐 테니요.

연희아빠!
조 서방이 사량도에서 제법 크고도 많은 고기를 잡아 올라오는 중이라고 해서
완희가 받아 가지고 오려고 시험공부를 하다 말고 방금 집을 나섰습니다.
난 이제 일어나서 고기 손질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잘 있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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