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습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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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승수변호사입니다. 

이제까지는 상속에 관해서 비교적 쉽고 간단한 내용들만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대습상속이라는 겁니다. 

 

대습”이라는 말 자체부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지 않는 말이죠. 대습을 한자로 보면 代襲이란 글자인데요. “대”자는 “대신하다”, “습”자는 “물려받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대습이란 대신 물려받는다는 뜻입니다.

 

상속법적으로 설명하면 원래 상속인이 되어야 할 사람이 상속이 일어나기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되어서 상속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그 사람의 직계비속(쉽게 말하면 자녀 또는 손자녀)이나 배우자가 그 사람을 대신해서 상속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래 그림과 같이 부친이 있고, 자녀가 A, B, C, D 이렇게 4명 있었는데,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B가 먼저 사망하였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리고 B에게는 배우자가 있고, 자녀도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친이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됩니다. 그리고 원래는 A, B, C, D가 상속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속인이 되려면 상속이 개시될 당시에 생존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B는 부친이 사망할 당시에 생존해 있지 않았으므로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A, C, D만이 상속인이 됩니다. 그런데 대습상속으로 인해 B의 배우자와 자녀가 B를 대신해서 상속을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습상속입니다. 

 

 

 

 

 

만일 B가 부친보다 먼저 사망하지 않았다면 B가 부친의 유산을 상속받고 그 뒤에 B가 사망하면 B의 배우자와 자녀가 B의 유산을 상속받았을 것인데,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않으면 B가 부친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우연한 사정이 끼어들었다고 해서 부친의 유산 상속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상속인들(A, B, C, D)사이에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민법에서 인정하는 대습상속의 요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되어야 합니다(민법 제1001조, 이 글에서는 먼저 사망한 경우만 말씀드립니다). 민법 제1000조에 의하면 상속인이 될 사람으로는 직계비속과 형제자매 이외에도 직계존속(부모 또는 조부모, 외조부모), 4촌 이내의 방계혈족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는 대습상속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습상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입니다. 앞에 있는 그림에 나온 사례에서 부친이 사망하기 전에 B가 먼저 사망하였는데, B의 처가 B 사망 후 재혼을 하였고 그 뒤에 부친이 사망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도 B의 처가 전 남편인 B를 대신해서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775조 제2항에 의하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는 인척관계가 끝납니다. 남편이 사망했더라도 처가 재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시댁과의 관계에서 법적으로 며느리가 되지만 재혼을 하고 나면 시댁과는 완전히 관계가 끝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B가 사망한 후 그의 처가 재혼을 함으로써 처는 더 이상 B의 배우자가 아니고, B의 집안에서 며느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재혼한 B의 처는 B를 대습상속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습상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입니다. 그런데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와 그 배우자가 임신한 태아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에 나온 사례에서 B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가 있었고, B가 사망할 당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가 임신을 하고 있었다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와 태아는 B의 부친이 사망할 경우에 B를 대신해서 대습상속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상속법에서 말하는 배우자란 모두 법률상의 배우자를 말합니다. 즉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배우자만이 배우자이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어떤 상속도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민법에서는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해서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000조 제3항). 따라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가 임신한 태아는 B의 부친(태아의 할아버지)이 사망할 경우 B를 대신해서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습상속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 보다 먼저 사망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만일에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될 자녀가 동시에 사망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부친이 있고 부친의 상속인이 될 사람으로는 1순위로 딸이 한명 있고 그 다음 순위로 부친의 형제자매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리고 딸은 결혼을 해서 남편은 있으나 아직 자녀는 없습니다. 그런데 부친과 딸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동시에 사망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딸이 부친보다 단 1초라도 늦게 사망했다면 부친의 사망으로 딸에게 상속이 일어나고, 다시 1초 후에 딸의 사망으로 다시 딸의 상속인인 남편(사위)에게 상속이 개시되어 사위가 부친의 재산 전부를 상속 받게 됩니다. 반대로 딸이 부친보다 1초라도 먼저 사망하고 그 뒤에 부친이 사망했다면 전형적인 대습상속으로 역시 딸의 배우자인 사위가 딸을 대신해서 부친의 재산을 전부 상속받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30조에서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사고와 같은 재난으로 여러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규정을 둔 것입니다. 

이 규정 때문에 앞에서 든 사례에서 부친과 딸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에 대습상속의 요건인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이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딸은 부친이 사망하기 전에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대습상속은 일어날 수 없고 또 딸이 부친의 상속인이 되려면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생존하고 있어야 하므로 딸은 부친의 상속인도 될 수 없습니다. 그에 따라 부친의 재산은 딸보다 후순위 상속인인 부친의 형제자매가 상속을 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일어납니다. 앞서 든 사례는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판결의 사례를 제가 간단하게 줄여서 예로 든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앞에서 가정한 것처럼 딸이 부친보다 먼저 또는 뒤에 사망한 경우에는 사위가 부친의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아무런 상속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현저히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대습상속을 인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부친의 재산은 사위가 전부 물려받았고, 부친의 형제자매들은 전혀 상속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위 판결에서는 사위가 부친의 형제자매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상속하는 것이 반드시 공평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고 여운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한편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습상속을 하면 대습상속인의 상속분은 얼마나 될까요?

대습상속은 먼저 사망한 사람을 대신해서 상속을 받는 것이므로 먼저 사망한 사람이 받을 몫만 대습상속합니다. 앞에 있는 그림의 예에서 B가 먼저 사망함으로써 B의 처와 자녀가 대습상속을 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부친의 자녀인 A, B, C, D의 법정상속분은 동일하므로 4명은 4분의 1씩 부친의 재산을 상속받습니다. 그런데 B가 부친보다 먼저 사망함으로써 B가 상속받을 몫인 4분의 1을 B의 처와 자녀가 대습상속을 합니다. B의 처와 자녀 사이에서는 처가 1.5, 자녀는 1의 비율로 대습상속 받은 4분의 1을 나누어 가집니다. 가령 자녀가 2명이라면 1.5 : 1 : 1의 비율로 나누어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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