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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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사별자는 일상의 삶이 멈추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상의 모든 일들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삶은 이전의 모습과 다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들 사이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 같지만, 나만이 아는 상실감이 저 아래로부터 올라와 가슴 속에서 미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 감각 없이 혼란 가운데 치러진 장례 일정이 지나고 집에 돌아온 날, 그가 있었던 자리에 그가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어떤 때는 집에 들어서면서 그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기도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그가 앉아 있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볼 때, 그를 생각하며 한없이 펑펑 울어도 본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깊은 애도의 여정 가운데 불확실한 마음으로 보내는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어떤 친구는 ‘이만하면 됐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위로한다.

하지만, 정말 이만하면 된 것일까? 그건 언제쯤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이 떠오를 때가 있을 것이다.

 

 

언제쯤 다른 사람과 함께 흥겹게 웃을 수 있을까?

언제쯤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언제쯤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

언제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 마음 속의 감정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꿈틀거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떠올리는 주변의 많은 물건들, 장소들, 상황들로 인해 홀로 눈물 흘리게 되는 때도 많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혼자만의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다. 감정들을 누르고 달래 가며 몇 주 혹은 몇 달 정도 시간을 보내니 그나마 안정을 찾게 된다. 회복된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애도 기간은 1년이라고 한다.

적어도 이 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애도 작업을 충분히 했는가?’이다. 슬픔과 그리움의 마음뿐 아니라 표현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 예를 들어 후회감, 죄책감, 수치감까지도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감정은 언젠가 예상치 않았던 순간에 더 격렬하게 표출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기에 좋은 애도의 과정을 겪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렌 휴 콜 박사는 『굿모닝』에서 슬픔치유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한다.

그 중 첫 번째는 “재연하기”다. 재연(rehearse)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써레”(harrow)와 관련이 있다. 써레는 흙을 경작할 때 사용하던 농업용 도구이다. 즉, 써레질을 한다는 것은 다음번 재배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써 토양을 “깨워주면서” 영양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초기 상실에 대해서 듣고, 알게 되었던 사실들을 재연하는 것은 애도를 위한 토양을 경작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애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상실의 현실을 깨우치는 것이고, 상실이 불러온 다양한 감정들, 생각들, 행동들에 대처하는 것이다. 상실을 접했던 환경들을 “뒤엎고 가르는 작업”은 이러한 깨우침과 대처를 촉진시킬 수 있다. 미래의 경작을 위한 준비로서 써레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상실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당시의 상황을 재연해 보는 것은 앞으로의 좋은 애도를 위한 준비를 돕는다.

 

이러한 재연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고, 신뢰하는 성직자 혹은 전문적인 상담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스스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재연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어느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던, 두 방법을 다 해 보든 이는 비탄의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실행하겠다는 마음이 들기 까지는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상실의 자세한 내용들을 재연하는 것은 애도의 과정으로 들어서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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