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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죽음과 슬픔치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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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나의 마음은 어떨까? 그야말로 오늘 아침까지도 정겹게 이야기 나누던 사람이 그날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다면 그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한해 약 30만 명이 죽는다. 이 중 약 10퍼센트는 각종 사고에 의한 죽음이다. 이는 죽음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이다. 하루에도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을 비롯하여 운수사고, 화재사고, 붕괴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말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란 사고나 심장마비 등 예고 없이 발생하는 죽음을 말한다. 이를 돌연사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죽음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충격과 더불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혼란과 마비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건물이나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로부터 대형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큰 사고를 겪게 된다. 길을 걷다가, 백화점에 갔다가, 다리를 건너다가, 수학여행을 가다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사고는 유가족들 뿐 아니라 이 소식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슬픔의 종류 가운데는 ‘정신 외상적 슬픔’(Traumatic Grief)이 있다. 이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죽음으로 인해 겪는 유족들의 슬픔을 말한다. 특별히 이러한 죽음을 목격했다거나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생각한다면, 남은 가족들은 슬픔뿐 아니라 분노와 죄책감이 더하게 되며 복잡한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된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사건 이후 예기지 않은 어떤 상황에서 그때의 경험이 다시 일어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주변에서 큰 교통사고 이후 오랫동안 운전하기 힘들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정신 외상적 슬픔’이란 지속적으로 충격이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집중력 저하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잠자기가 힘들고, 가벼운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며, 쉽게 분노를 보이고,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그 기간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십 년도 더 걸린다.
트라우마 치료는 전문적인 상담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초기에는 반드시 안정적으로 지지하며 심신의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죄책감과 같은 감정적인 면의 치유와 더불어 돌연한 죽음의 상황에 압도당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서적인 지지와 그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 용기를 북돋는 일이 중요하다. 윌리암 워든(William Worden)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당한 유족들을 위한 돌봄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고인의 시신을 보여주라. 이는 사별애도를 촉진하고 현실화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를 통해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둘째, “곧 괜찮아질 것이야” 등의 상투적인 메시지로 위로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와 종교단체가 지속적으로 돌봐주면서 지지집단이나 자조모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넷째, 죽음과 관련한 추모의례를 활용한다. 대형사고로 인한 집단 참사의 경우에는 네 번째 말한 의례를 통한 위로와 돌봄이 가장 중요하다. 공동으로 매 주기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례를 통해 공동의 기억으로 새기는 일은 유족들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해 줄 수 있다. 추모를 위한 공동의 장소 마련을 위해 추모공원의 건립도 중요하다. 집단 참사의 경우 사회적인 애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CNN>
2017년 10월 미국 라스베가스에는 58개의 흰색 나무십자가가 40일 동안 세워졌다. 이는 당시 59명의 사망자와 527명의 부상자를 낸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위로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각각의 십자가에는 희생자의 이름, 나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러한 십자가를 만든 사람은 시카고에 거주하는 목수 그렉 자니스(Greg Zanis)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에 이만개가 넘는 추모용 십자가를 제작하여 보급하였다. 올렌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코네티컷주 샌디 후크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콜로라도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 등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십자가를 설치해 왔다. 2019년 텍사스 엘 파소(El Paso) 월마트에서의 총기사고 이후 주차장에 늘어선 20개의 흰색 십자가와 추모행렬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한 공간에 십자가가 서 있기에 희생자 가족들은 이곳에 와서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추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추모를 위한 공간과 조형물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장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있었다.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사고였다. 서울시에서는 1997년 성수대교 북단에 위령탑을 건립하였다. 매해 10월 21일이면 이곳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성동구에서는 20일과 21일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사회적 애도가 필요한 참사에는 반드시 이를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기억하고 공동으로 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 건립 계획은 사회적 애도와 치유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 세월호 사고, 대구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등 우리가 기억해야 할 참사들이 많다. 추모의 장을 마련함으로 공동의 기억으로 만들어 참사와 그로 인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이 땅에 다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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